용사 센프의 하루

세계를 구한 정의의 용사 센프는 오늘도 어김없이 구역 순찰에 나섭니다.

순찰 목적은 불순분자의 색출과 마을의 쓸만한 처자들을 물색하기 위함입니다. 이제 슬슬 얼마전 데려온 마왕의 딸내미도 지겨워지

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능숙하게 민가의 자물쇠를 따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역시 용사. 자물쇠따기 스킬도 A랭크군요. 그냥 때려 부수고 쳐들어가도 될 것을 굳이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다니. 양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고운 마음씨입니다.

용사 센프와 눈이 마주친 주민 A는 냉큼 허리를 숙이고 바닥에 엎드립니다.

용사 센프는 그것을 사뿐히 무시하고 집안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돈자루를 발견했습니다. 이런데 꼬불쳐놓고 있었군요? 120G라, 얼마 되지 않지만 포션하나는 살 수 있겠지요.

주민A는 용사 센프의 다리에 매달려서 애걸합니다.


"용사님, 한번만 봐주십쇼 그건 몇달째 병환으로 고생중이신 노모의 약값입니다"


용사 센프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주민A를 발로 걷어차버린 후 유유히 나갑니다.

주민A의 저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용사 센프는 나지막히 내뱉습니다.


"꼬우면 용사로 태어나든가"


이것이 용사에게 구원된 세계에 살고있는 주민들의 현실이지요. 드럽고 X같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게 다 세계평화를 위한

길인걸요.

아니면 이딴 쓰레기에게 용사의 증표를 내린 신을 원망할 수 밖에요.

그나저나 최근 용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좋아졌습니다. 국왕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슬슬 한 놈 잡아다가 족을 쳐야 말

을 잘 들을까나 하고 생각하는 용사 센프였습니다. 가뜩이나 옆나라 로리카 왕국 국왕 여식에게도 질리던 참인데, 여왕까지 뺏

어버려야하나 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수확이 괜찮은 날이었습니다. 민가에서 털어온 35000G 말고도 몬스터 일가를 급습해서 몰살시킨 후 꽤나 짭잘한 수확

을 건졌습니다. 주민들을 습격하거나 하는 몬스터들은 아니지만, 다 조진 뒤에 보고할때만 "주민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들을 도

륙했다" 하고 보고하면 되겠지요. 드럽고 억울하면 다음 세상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라지요. 어린 새끼들이 많긴 했는데, 살

려두면 나중에 원수갚겠다고 지랄병 쌀 게 틀림 없으니 전부 없애버렸습니다.

이것도 다 세계평화를 위한 일이지요.

오늘은 스케줄이 바쁜 날이군요.

마계로 출장가서 정기 공납을 받으러 가는 길입니다.

얼마전에 없애버린 마왕 그리즈의 대신으로 또 다른 녀석이 다음 마왕으로 추대되었답니다. 얼굴도장도 찍어둘 겸, 한번 보러가

야지요. 이놈은 말을 잘 들을지, 안들으면 또 없애버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여튼 인간이든 마족이든 맞아야 말을 듣는 건 똑같나봅니다.

용사 센프는 오늘도 세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

------------------------------------------------------------------------------------------------------------------

 RPG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최고 악당은, 바로 용사들이 아닐까...

하여튼 RPG든 현실이든 별반 차이가 없네요.

주민들을 등쳐먹는 용사나,

시민들을 등쳐먹는 정치가나.


by 센프 | 2008/12/01 10:19 | 잡설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dddo86.egloos.com/tb/215654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도끼 at 2008/12/01 12:37
양키 용사들은 집안에 들어가서 물건 하나 슬쩍하는 순간 용사가 고용된게 아닌가 할정도로 강한 경비병들에게 다굴맞고 이승을 하직하게 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